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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초점]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우리 ‘ESG’의 현주소는?

탄소 못 줄이면 수출길 막히는 시대 … ‘韓, 탄소 악당’ 오명 벗어야

 

1월 20일 美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다시금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열풍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 복귀 등 친환경 정책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ESG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ESG는 기업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을 평가하는 비(非)재무적인 지표인 셈이다. 해당 기업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벌어 어떻게 쓰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은 ESG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해왔다. ESG를 ‘CSR의 연장선’ 혹은 ‘CSR이 진화한 개념’ 정도로 취급해온 게 사실이다.

 

당장 수익이 되지 않는 환경(E)이나 지배구조(G)까지는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일종의 마케팅 도구로서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사회적 책임(S) 정도만 챙긴 것이다.

 

 

ESG의 시초와 현주소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각국 정부들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고, 이 과정에서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졌다.

 

자연스레 ESG와 궤를 같이 하는 탄소 배출 감소, 공기질 개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BLK, 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ESG 성과가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최근엔 국민연금공단이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2006년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은 연기금들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마련했는데, 이것이 ESG 투자의 시발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당장 올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 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모든 회사가 대상이다. 

 

국내 주요 기업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새해부터 삼성, SK 등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고,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도 인권을 비롯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ESG 위원회 등 전담조직까지 설치하며, ESG를 회사 전체적인 이슈로 끌고 가는 분위기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자산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2025년부터 ESG 활동내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돈과 경제의 흐름을 관장하는 각국 기관들이 ESG를 예의주시하는 만큼, 앞으로 기업 입장에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E·S·G 중 ‘E(환경)’가 맨 앞에 놓인 이유

 

자칫 ESG에 집중하다 수익성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회사는 친환경과 수익성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가 됐다. 친환경과 수익성은 결코 교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사실 자연은 모든 상품의 재료다. 기업과 사회는 이 자연이라는 생태계에 의존·의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과 PwC(Pricewaterhouse Coopers)가 함께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지구 생태계 상품·서비스에 전 세계 GDP 절반에 달하는 44조 달러(5경 1,062조원)가 달려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자연이 망가지면 이 44조 달러도 증발하는 셈이다.

 

기후 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아프리카에서 발원한 메뚜기 떼가 파키스탄을 넘어 중국 국경에 이르렀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멸종하는 동·식물도 해마다 늘고 있다. 너무 흔해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수많은 생명체들도 머잖아 동·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석탄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한화그룹은 분산탄 사업을 따로 분리했다. 분산탄은 넓은 지역에 파편을 뿌리는 무기인데, 유럽은 분산탄을 비인도적 무기로 지정했다. 관련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친환경’을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 이상 기업들은 ESG를 일종의 마케팅 도구나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취급할 수 없다.

 

사실 국내 기업이 ESG에 집중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투자 유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 신규 사업에도 지장을 받는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ESG 점수가 낮으면 투자받기가 어려워져 ESG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석탄, 무기 개발, 도박, 담배 제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거르고, 사회나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된다. ESG에 소홀한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가는 주가 폭락 등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꼭 이러한 이유가 아니라도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E·S·G 중 ‘E(환경)’가 맨 앞에 놓인 이유에 대해 한 번 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탄소 못 줄이면 수출길 막히는 시대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를 기록했다. 산업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최근 美 조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fee)를 거론하는 등 각국이 ‘탄소 무역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탄소조정세란,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인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U집행위원회는 구체적으로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를 준비하고 있다.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 중 탄소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특정 분야 제품에 대해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법안 계획을 확정하고 2023년 실행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EU집행위는 탄소 함량이 높은 제품 중 외국산 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안 또는 역내외 생산 제품에 모두 탄소세를 부과하는 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내 기업에 적용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수입 제품에 확대·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각국이 탄소세를 도입하면 당장 우리 자동차·철강·항공산업 등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ESG, 피해 갈 수 없는 거대한 흐름

 

미국 나스닥은 최근 새로운 상장기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상장기업 이사회가 최소 2명의 이사를 여성, 성소수자, 소수 인종 등의 계층에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나스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이처럼 ESG는 날로 구체화·세분화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기업의 ESG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선진국 기업 역시 ESG 경영의 역사가 길지 않고,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정부의 꾸준한 정책과 투자가 동반된다면 우리 기업의 ESG 수준도 빠르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1월 18일 전 세계 144개국에 대한 ESG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일, 스위스, 뉴질랜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웨덴, 싱가포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맨섬(Isle of Man)이 ESG 신용영향점수(CIS)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부여 받았다.

 

우리나라는 세부 분야별 평가(IPS)에서 ‘환경’ 2등급(중립적), ‘사회’ 2등급(중립적), ‘지배구조’ 1등급(긍정적)을 획득해 종합적으로 ‘ESG 신용영향 점수(CIS)’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긍정적)으로 평가 받았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향후 국가신용등급 평가 시 ESG가 주요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판 뉴딜 등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SG는 피해 갈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앞으로는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 공급 외에 기후 환경 리스크, 인권, 안전 등 환경 성과와 사회가치를 추구하는 등의 주요 지표도 관리하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선 기자│

 

【 Moody’s ESG 신용영향점수 관련 세부 항목 】

 

분야

환경

사회

지배 구조

세부

항목

- 탄소 전환

- 기후 변화

- 수자원 관리

- 폐기물 및 공해

- 자연 자본(토지, , 생태 다양성 등)

- 인구

- 노동 및 소득

- 교육

- 주거

- 보건 및 안전

- 기본 서비스 접근성

- 제도적 구조

- 정책 신뢰성 및 효과성

- 투명성 및 정보 공개

- 예산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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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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