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韓·美 관세 협의 ··· 먼저 시작한 日·베트남 협상은?
日, 미국 속내 먼저 파악하는 등 치밀한 접근, 반면 베트남은 신속 협상 추진
韓·美 간 관세협상을 위한 판이 4월 24일(美 현지시각) 드디어 깔렸다. 양국 간 이번 협상은 전초전 성격이 강하지만,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입장이다.
미국의 요청으로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이번 ‘2+2 관세 협의’에서 우리측 대표로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측 대표로 재무부 스콧 베센트 장관과 미국무역대표부(USTR, 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만나 양측의 관심사와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협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90일 상호관세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시점인 7월 8일 이전까지 합의를 끌어낸다는 계산이지만 관세 부과가 시행된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자동차부품을 중심으로 4월 수출에 벌써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실제 관세청이 발표한 올해 4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對 미국 수출이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3% 감소했다.
우리 정부의 對美 협상카드, 日·베트남 협상 분석이 먼저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에 앞서 협상카드로 에너지, 조선업 부문을 언급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 미국은 확실한 협상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모든 카드를 공개하는 것은 자칫 협상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협상을 시작한 일본과 베트남이 어떤 카드로 협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추후 우리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4월 24일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과 일본의 대응’과 ‘트럼프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과 한국에의 시사점’을 통해 우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있어 고려할 만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日 정부, 시간 걸려도 치밀한 협상 예고··· 자동차 관세 철폐 위해선 사활걸 것
일본정부는 지난 4월 16일 美·日 제1차 협상을 시작으로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본격화했다. 협상에 앞서 일본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밀한 협상을 예고하고 자동차 비관세장벽 완화, 농산물 비관세장벽 완화 및 수입 확대, LNG 수입 확대 및 개발사업 참여, 엔저 시정의 협상카드를 준비했다. 특히 對美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 해당 산업 생태계가 약화되는 것을 우려, 자동차 관세 철폐를 위해 사활을 건 협상을 예상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1차 협상에서 양국은 쌀, 자동차 등 비관세장벽 철폐, 미국의 對日 무역적자 구조 시정이 주요 의제가 됐다. 무엇보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협상에 안보 의제를 끌어 들였고, 되도록 신속한 협상 타결을 원하는 등 상당한 의견 차이만 있음을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우리의 대응, 미국의 최우선 요구사항 파악이 중요
보고서는 일본의 對美 협상 진행을 통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韓·美 협상에 우리는 먼저 미국이 관세정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한 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협상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은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정리하고, 對美 협상력을 높이는 다양한 협상 카드를 사전에 준비할 것을 주문하고, 경쟁우위에 있는 역량을 활용해 미국의 제조업 강화, 국가안보에 공헌하는 방안을 발굴함으로써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産 LNG 수입 확대와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참여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요구하는 의제로, 일본의 對美 협상 동향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협상전략에 대해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일본 제조업 전반의 생산 둔화는 우리의 對日 수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급효과를 사전에 점검할 것을 제안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베트남, 통화정책·환율부문 정책도 부분적 조정
베트남은 일찍부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사전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직후 정상 간 통화, 총리의 성명발표, 정부 특사단 파견 및 협상 논의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적극적으로, 또 빠른 시기에 타결할 것을 목표로 삼고 미국이 표면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미국 제품 수입에 대한 관세율 인하와 비관세장벽 철폐, 미국의 對베트남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미국産 제품 구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 나아가 미국이 관심을 표명한 통화정책과 환율부문 정책도 부분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또 미국의 관심이 관세율 인하보다는 중국産 제품의 베트남을 통한 우회수출 방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베트남정부는 향후 원산지규정(RoO, Rules of Origin) 통제, 무역사기 근절, 불법환적 감시 등을 특별히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베트남은 중국, 일본,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중간 투입물로 최종재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교역구조를 지니고 있어 美·中 통상 분쟁 상황에 특히 취약하므로, 美·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베트남 내에서 교역대상국 다변화 및 경제구조 개혁 등을 포함 대외전략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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