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로 바로가기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서브 페이지 컨텐츠

게시판 상세
제목 [전문가 칼럼] 중국 겨냥한 美 생물보안법, 韓 바이오 기업 품질로 틈새 공략해야
통권번호 2105 발행일 2024-11-04
금액 0 원
기자명 편집부 이메일 know@kctdi.or.kr
첨부파일

중국 겨냥한 美 생물보안법, 韓 바이오 기업 품질로 틈새 공략해야

-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생물 보안법 : 한국 바이오산업의 기회와 도전 -

정 승 용|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혁신성장연구단 정책조사분석팀 수석연구원(경영학 박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의료장비 등 핵심 물자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글로벌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안전한 공급망 확보’는 국가적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종합적인 공급망 검토를 하고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경쟁우위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강력한 공급망 재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美 하원은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바이오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올해 초 발의한 ‘생물보안법’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입법 과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자국중심 공급망 재편과 바이오 패권경쟁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하고 중국의 제조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 등 4대 핵심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을 지시했다. 미국은 공급망 검토 결과를 기반으로 2022년부터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지속적인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 중심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정책은 미국 내 반도체와 친환경 관련 제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령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2024년 5월 발표한 ‘미국 반도체공급망 강화(Strengthening The U.S. Semiconductor Supply Chain)’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은 미국 25개 주에서 80개 이상 신규 프로젝트를 통해 4,500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촉진시켰고 미국 반도체 생태계 역량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CHIPS)와 전기차?배터리(IRA) 투자 유치와 생산역량 향상 등 정책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으므로, 향후 바이오 공급망 재편 정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10년 후 현재의 2.8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바이오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시장은 2023년 1조 3,800억 달러에서 2032년에는 3조 9,000억 달러로 2.8배 성장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3.6배, 전기차 배터리의 8.7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은 바이오 패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수입 의약품의 31.5%가 중국[미국 수입 의약품 생산국(2023) : 1위 중국(31.5%), 2위 인도(26.1%), 3위 독일(5.6%), 4위 이탈리아 (3.8%)]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 내 생산 능력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첨단 바이오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바이오 공급망 재편 정책 동향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격히 증가한 의약품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의약품 등에 대한 전반적인 공급망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미국 내 의약품 생산 역량이 열악하고 해외 생산시설이 중국, 인도 등 특정 지역에 집중돼 공급망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에서 소비되는 원료의약품의 96%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이 85%를 차지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바이오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바이오 공급망 탄력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9월 발효된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발명·개발된 바이오 기술과 혁신적인 제품은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을 이행하고 미국의 바이오 발명품이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를 위한 담대한 목표’를 2023년 3월 발표했다. 추진 목표는 세 가지로 바이오 제조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조경로 개발, 공급망 중단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바이오 제조 플랫폼 R&D 추진,  미국 바이오기업의 제조역량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표준 및 데이터 구축을 제시했다.

 

한편 중국은 2015년 ‘Made in China 2025’ 계획에서 생명공학을 10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는 등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美 의회는 중국이 바이오 패권 확보를 위해 민간기업과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세금과 납세자가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생물보안법을 발의했다. 2024년 1월 발의 후 상?하원 위원회 심사(3~5월)와 하원 전체 회의(9.9)를 통과했고 상원 전체 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 서명 후 발효될 예정이다. 최종 법률 제정까지 미국 대선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 방향과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으로 볼 때 무난히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견제용 생물보안법의 주요 내용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자국 안보에 우려되는 바이오, 생명공학기업과 거래 및 계약,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생물보안법 입법 취지문에는 중국정부가 안보 관련 법률과 기업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고 입법 필요성이 강조됐다. 美 의회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 삼아 급성장한 점, 바이오기업들의 친정부 활동과 데이터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생물보안법의 목적은 중국 당국과 연계된 기업으로 미국의 세금이 유출되고 미국 납세자가 관련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2032년에 시행될 예정으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시행 지침과 ‘우려 생명공학 기업’ 목록을 마련하고 계약 금지 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다. ‘우려 생명공학 기업’은 중국 바이오기업인 BGI와 우시(WuXi) 그룹 관련 기업, 기타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포함되며 유형별로 계약 금지 시점 등을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우려 생명공학 기업’ 분야는 크게 의약품 ·유전체 관련 기업으로 구분되며,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내 관련 시장에 큰 지형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보안법 제정, 어떤 도미노 일으킬까

1) 미국 바이오 시장 변화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안법은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슈다. 우선 미국 내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시장에서 중국 바이오기업의 점유율 저하 |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세계10대 컨설팅기업인 LEK컨설팅그룹이 미국 바이오 기업 7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2024. 5. 24 ~ 6. 7)] 결과, 생물보안법 발의 전후 미국 기업의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약 30~50% 감소했고, 설문 참여 기업의 약 26%는 중국 파트너와 협력 관계 종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공급망 다변화 및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 | 미국은 2022년 매출 기준 글로벌 10대 제약회사 중 5개 기업의 본사가 소재한 제약산업 강국이지만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품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은 많은 제약회사들이 생산시설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도, 중국 등 저비용 국가들로 이전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신뢰성 있는 수요 예측 시스템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 취약성을 개선하고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주요 의약품에 대한 자국 내 생산시설 및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 국내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 변화

생물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입지가 약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과열 및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 등 불확실성 또한 상존한다. 우리 바이오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도전 과제를 살펴보겠다.

 

긍정적 영향 | 첫째,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CDMO 기업이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CDMO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 보유 분야로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대체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팜테코, 에스티팜 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둘째, 글로벌 바이오 생산기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우수한 생산 인프라와 품질 관리 시스템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생산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5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보유하게 되며,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CDMO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한, 글로벌 협력 기회가 커질 수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은 중국 대신 다른 나라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분야 등에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도전 과제 | 첫째, 우선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할 우려가 있다. 미국 자국 내 바이오 생산 능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 내에서 CDMO 설비를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 기회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리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설비 확보 등 자국화 정책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CDMO 기업인 론자(Lonza)는 최근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공장 인수 및 제조 역량 확대를 추진 중이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원료의약품 점유율 1위[17%(2020년기준)] 국가로 중국 견제에 따른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에 대변화가 발생할 수 있고, 중국 기업을 대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도 관련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특히 유전체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를 다룰 때는 철저한 관리 및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기업, 생물보안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생물보안법 제정으로 발생하는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선점하고 미국의 자국 중심 바이오 공급망 구축과 규제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결국 국내 CDMO 역량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및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① 미국 시장 기회 선점 | 중국 CDMO 대체 공급처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형 CDMO 기업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중소형 CDMO 기업들 역시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 역량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자국 생산 우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후지필름의 경우 올해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세포배양 CDMO 확장을 위한 12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고, 인도 큐라테크는 미국 머크(MSD)와 협력해 CDMO 시설을 구축 중이다.

 

②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분산 | 우선 국내 생산 역량을 높여야 한다. 바이오 제조 인프라 확충과 R&D 투자 확대를 통해 국내 핵심 원료 및 바이오의약품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우리나라를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주요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 수준으로,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의 35%를 중국에 의존(2021년 기준)하고 있다. 중국 관련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다변화 흐름에 맞춰,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바이오 원료와 완제품 등을 조달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③ 바이오 혁신 역량 강화 |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위해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미 임상시험 수행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 임상시험 확대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시장에서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④ 규제 대응 역량 향상 | 생물보안법 발효 후 바이오 관련 보안 및 품질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 내부적으로 보안 및 규제 준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내부 감사를 통해 규제 리스크 최소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입법 추진이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선제적 전략 수립과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생물보안법은 국내 기업에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대체해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도전 과제를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국내 기업이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투자를 통한 생산 역량 확대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과 해외 파트너링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 본지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서 무단 복제 및 배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협의 또는 허락에 의한 경우에도 출처를 반드시 명시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페이지인쇄
이전/다음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