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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목(판시사항) |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 운임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적용 여부가 문제된 사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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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번호(사건번호) | 2024두35446 | 결정일(선고일) | 2025-04-24 |
결정요지(판결요지) | 1.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일반적 적용범위, 2.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되지 않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
주문 |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
첨부파일 | |||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원고와 원고보조참가인들을 포함한 23개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 2003년 12월경부터 2018년 12월경까지(원고의 경우에는 2005. 8. 31.부터 2018. 1. 10.까지) 한국–동남아 항로에서의 해운동맹을 위한 단체인 아이에이디에이(IADA, Intra-Asia Discussion Agreement) 및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내 회의를 통하여 120차례에 걸쳐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컨테이너를 통하여 화물을 운송하는 서비스의 가격(기본운임과 각종 부대비용 모두 포함)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고 한다)함으로써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보조참가신청의 적법 여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71조에 따르면, 소송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는 한 쪽 당사자를 돕기 위하여 법원에 계속 중인 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해관계’란 사실상?경제상 또는 감정상 이해관계가 아니라 법률상 이해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보조참가를 하려는 사람이 그 소송에서 한 판결의 기판력 또는 집행력을 당연히 받게 되거나 적어도 그 판결을 전제로 하여 자신의 법률상 지위가 결정되는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보조참가인들은 원고와 함께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여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피고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받은 해상 화물운송사업자들이다. 이 사건 공동행위에 구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어 피고에게 규제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이 사건의 결론에 따라 원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각 처분의 위법 여부도 달라지므로, 원고보조참가인들은 소송결과에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 따라서 원고보조참가인들의 보조참가신청은 적법하고, 이를 다투는 피고의 이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여부
가. 원심 판단의 요지
떤 법령이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정도를 넘는 부당한 경우에 대하여 이를 직접 금지하면서 그 규제권한의 소재와 구체적인 규제의 방법ㆍ절차까지 별도로 정하고 있다면, 피고가 구 공정거래법 제58조에 의한 적용제외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이러한 경우 피고는 별도의 규제권한을 가지지 않는다.
해운법 제29조는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함으로써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다만 그 공동행위를 통하여 결정된 운임이 지나치게 높아 부당한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되 이를 피고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동행위에 관하여는 설령 그 운임이 다소 높다 하더라도 해양수산부장관이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여 규제할 문제일 뿐,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해운법에 따라 필요한 정도를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은 원고의 공동행위 가담 여부나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내지 부당성 유무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
나.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 개정 경과와 일반적 적용범위
가) 헌법 제119조는 제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선언하면서도, 제2항에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경제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률인 공정거래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여 그 입법 목적을 밝히고 있다.
나) 1980. 12. 31. 제정 당시 공정거래법 제47조는 ‘이 법의 규정은 특정한 사업에 대하여 특별한 법률이 있거나, 특별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제1항)고 하면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특별한 법률은 따로 법률로 지정한다’(제2항)고 규정하였으나, 그러한 특별한 법률을 따로 지정하는 법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1986. 12. 31. 개정된 공정거래법 제47조는 ‘이 법의 규정은 사업자 또는 - 5 - 사업자단체가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만 규정하였고, 구 공정거래법 제58조도 ‘이 법의 규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다) 구 공정거래법(1990. 1. 13. 법률 제4198호로 전부 개정된 후 1996. 12. 30. 법률 제5235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61조에서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 대하여는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금융시장의 개방 등 경제자율화 조치의 확대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경제력 집중의 심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1996. 12. 30. 법률 개정으로 위 조항이 삭제되었고, 이후 공정거래법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하여 적용을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라) 한편 특정한 경제주체나 경제활동에 대하여 특화된 규제가 필요하거나 피고를 비롯한 복수의 규제기관에 의한 중복제재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개별 특별법령에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건설 촉진법? 제3조 제4항은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는 같은 법에 따른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동일한 사업자의 동일한 행위에 대하여 동일한 사유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의 부과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마)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개정 경과,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명시한 특별법령의 존재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헌법상 요구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로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지에 관한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해운법이 제29조에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 해당 공동행위에 대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제의 방법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 결과 피고에게는 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1963. 12. 5. 제정된 해상운송사업법이 1978. 12. 5. 일부 개정되면서 제7조의2에서 외항선박운항사업에 관한 공동행위의 허용과 그에 대한 신고 및 시행 중지 또는 내용 변경에 필요한 조치 등을 규정한 이래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른 해운법은 위 조항의 기본구조를 계승하여 제29조에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와 그에 대한 신고 및 시행 중지 또는 내용 변경에 필요한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공동행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사업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규율대상으로 삼는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해운법에서는 그러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해운법의 관련 규정 해석을 통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즉 해운법의 배타적 적용을 인정할 수는 없다.
⑴ 일반적으로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은 동일한 형식의 성문법규인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법률이 상호 모순?저촉되는지 여부는 법률의 입법 목적, 적용범위 및 규정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8다32564 판결 등 참조).
해운법은 제1조에서 그 입법 목적을 ‘해상운송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며 해운업의 건전한 발전과 여객ㆍ화물의 원활하고 안전한 운송을 도모함으로써 이용자의 편의를 향상시키고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29조 제1항에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도, 같은 조 제5항에서는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된 공동행위의 내용이 부당하게 운임이나 요금을 인상하는 등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해양수산부장관이 그 공동행위의 시행 중지, 내용의 변경이나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해운법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아래 ⑵항의 사정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등에 관한 공동행위 중 ‘신고되지 않은 공동행위’에 대하여는 두 법 사이에 모순ㆍ저촉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해양수산부장관과 피고가 모두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⑵ 해운법 제29조 제5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신고된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공동행위가 신고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해양수산부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정하고 있지 않다.
해운법 제50조 제1항 제7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27조 [별표 5] 제9호에 따르면 위와 같은 공동행위에 관하여 확인이 필요한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이 해운업자에게 협약서, 운임표 및 운임산출명세서, 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와 관련된 증빙자료, 화주단체와 협의한 내역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료는 사업자들이 신고한 협약의 존부와 구체적인 내용 등을 확인하는 데에필요하고 적절한 것일 수 있지만, 구 공정거래법 제49조부터 제55조의2까지에 규정된 조사절차 등과 비교해 볼 때, 사업자들이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협약의 존부와 내용 및 이에 관한 사업자들의 목적ㆍ의도 등을 파악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적절한 규제와 조정을 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운법 제29조를 포함한 관련 해운법령이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공동행위가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정도를 넘는 부당한 경우에 대하여 이를 직접 금지하면서 그에 관한 규제권한의 소재와 구체적인 규제의 방법ㆍ절차까지 별도로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⑶ 둘 이상의 정기선 화물운송사업자가 특정 항로에서 과도하게 경쟁하는 것을 방지하고 서로의 이익을 유지ㆍ증진시키기 위하여 해운동맹을 결성한 후 운임, 선박의 배치, 화물의 적재, 기타 운송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오랫동안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원심이 판시한 것처럼 최근에는 해운산업에 관해서도 경쟁법적 규제를 면제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경쟁원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선박의 배치와 화물의 적재 등에 관한 상호협력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여러 법제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해운동맹에 대한 경쟁법적 규율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공정거래법과 해운법의 제ㆍ개정 과정에서, 위와 같은 국제적 추세와 달리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적용제외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고려된 결과로써 관련 규정이 정비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 결국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인지 등 구 공정거래법 제58조에서 정한 적용제외 요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구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에게는 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구 공정거래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고보조참가인들의 보조참가를 허가하는 한편,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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