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기어코 100만명을 넘겼다.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지 불과 석 달여 만이다. 사망자 수도 5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과 유럽에 이어 브라질 등 신흥국 중앙은행도 잇달아 대규모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에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지금의코로나19 사태를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전쟁 상황으로 규정했는데, 이미 80개국 이상이 IMF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 우리도” 신흥국의 ‘선진국 따라 하기’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외신들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이후 단일 재난으로는 최대 인명피해 규모라고 보도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각국은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고,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유럽도 7,500억 유로(약 1,031조원) 규모의 긴급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브라질,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 신흥국 중앙은행도 경제 충격을 막는다는 목적 아래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찍어 시중의 국채·회사채를 사들이는 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선진국의 경제정책을 따라 하는 것만으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흥국의 극약처방, ‘양적완화’라는 위험한 도박
양적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이 꺼내들었던 통화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신흥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하자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극단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의 양적완화 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사실상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양적완화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는데, 신흥국이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건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채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통화정책만으론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신흥국의 국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경고했다. 무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만기가 도래한 국채상환 부담이 큰 터키와 스리랑카, 온두라스, 튀니지 등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지만, 통화가치 급락으로 신흥국發 외환위기(국가부도)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한국은행의 무제한 돈풀기, ‘한국판 양적완화’ 가동
한편 우리 정부는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 매입을 통해 5조원대 자금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4월 2일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시도하지 않은 전례 없는 조치다.
참고로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The COVID-19 pandemic is a crisis like no other.”
IMF는 4월 1일 발표한 ‘코로나19 전쟁을 위한 경제정책(Economic Policies for the COVID-19 War)’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다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위기”라며, 이러한 위기상황이 최소 올 2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를 통상적인 경기 침체가 아닌 전쟁 상황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IMF는 이번 위기가 신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미 전 세계 1/3에 달하는 80여개국에서 200억 달러(한화 약 24조원)의 긴급 구호자금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국가에선 전쟁 때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공부문, 즉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영선 기자| |